1. 책 소개
“궁궐에는 왜 이리 금기가 많습니까?” 궁궐에 사는 궁녀들과 경안궁주가 함께 나누는 기이한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새로 들어온 궁녀들에게는 ‘궁녀규칙조례’를 줍니다. 궁궐에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 담겨있습니다. 열아홉의 규칙이 담긴 ‘궁녀규칙조례’는 읽는 이로 하여금 섬뜩한 느낌을 받도록 합니다.
2. 줄거리
고양이매가 우는 날이면, 임금은 쉬이 잠들지 못합니다. 잠들지 못하는 수많은 밤이 지나면, 임금은 수척한 모습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고양이매는 공포의 존재입니다. 부엉이를 뜻하는 고양이매는 임금이 옮기는 거처마다 따라가며 울어서 임금의 광증을 부추긴다고 합니다. 고양이매가 우는 날, 세답방 나인 백희, 지밀나인 노아, 소주방 나인 연홍, 생과방 나인 장미, 경안궁주가 모여 궁궐의 기담을 나눕니다. 경복궁이 도깨비 집터였다는 소문에 대해서 말입니다. 백희가 살던 집이 허물어지고 그곳에 경복궁이 들어섰습니다. 도깨비집터는 백희의 집이었고, 도깨비집터라고 불리게 된 까닭을 직접 이야기합니다.
궁녀들이 입궁하게 되면, 사가에서 했던 행동은 모두 버리고 궁의 예법을 따라야 합니다. 궁의 법도는 아주 중요하니까요. 하지만 아직 궁의 법도를 모두 익히지 못한 신진 궁녀가 있습니다. 선진들에게 버릇없이 행동하거나 지나치게 당당한 태도를 보이거나 하는 것들을 의미합니다. 선진 궁녀들이 이를 가만 보고 있었을까요? 절대 아닙니다. 다수가 한 궁녀를 혼쭐 내는 일도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 궁녀가 사라졌습니다. 신진 궁녀를 주도적으로 괴롭히던 궁녀 효진이 의심을 샀습니다. 그런데 사라진 궁녀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경안궁주의 이야기도 듣게 됩니다. 과연 효진은 정말로 신진 궁녀를 사라지게 한 범인일까요? 경안궁주가 말한 사라진 궁녀는 누구이며 어떻게 궁궐에서 소리소문 없이 사라질 수 있었을까요?
3. 느낀 점
무더위가 지속되는 여름날, 잠시나마 더위를 식힐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궁궐의 금기와 얽힌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새 궁녀들 사이에 끼어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궁궐에는 왜 금기가 이렇게도 많을까’라는 궁금증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기이하고 오싹합니다. 궁녀들은 보통 10세 전후의 어린 나이에 입궁합니다. 그렇게 어린아이들에게 궁궐의 금기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궁녀규칙조례’를 읽어 금기시되는 일임을 알면서도 행하게 되는 모습이 마치 홀린 듯한 느낌도 줍니다. 제일 처음 ‘궁녀규칙조례’를 읽었을 때는 꼭 ‘나폴리탄 괴담’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폴리탄 괴담처럼 모순되는 문항들은 없었지만, 하지말아야 할 행동들이 적혀있는 게 꼭 비슷했습니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모두 신기하고 흥미롭습니다. 무섭기도 하지만, 무서움보다 호기심이 앞서는 궁녀들의 마음도 이해가 갑니다. 궁궐에서 사람이나 물건이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기이한 일들이 자꾸 일어납니다. 경복궁이 도깨비 집터라서 그렇다는 이야기, 인간의 모습을 따라 하는 병화어를 직접 봤다는 이야기, 쥐가 쥐를 잡아먹는 서묘 이야기 등 괴이한 이야기도 많습니다. ‘궁녀규칙조례’를 아는 궁녀들이라면 절대로 행해서는 안 되는 일들이 많지만 항상 어기는 자가 등장합니다. 금기를 어기는 자는 그대로 사라지고 맙니다. 다시는 찾을 수 없습니다. 사라진 궁녀들이 요괴인지 혹은 요괴의 짓인지 추리하면서 읽어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비밀을 숨긴 백희와 노아의 이야기가 펼쳐질 때는 뒤통수를 맞은 것 같기도 했습니다. 여름 밤 궁궐의 금기와 관련된 기담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다양한 괴물도 알게 되는 것이 인상 깊습니다. 단순히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라 언제나 신비롭고 또 고귀한 장소인 궁궐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일들에 대한 책이라 더욱 즐거웠습니다. 정말로 궁궐의 비밀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이 들만큼 몰입해서 읽어 내려갔습니다. 나는 기묘한 존재들을 만나면 어떻게 행동할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과연 씩씩하게 당당하게 그 상황을 빠져나가거나,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싶을 만큼 겁이 날 듯합니다. 저라면 그 금기를 절대 어기지 않겠다고 다짐할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 일은 아무도 알 수 없으니, 저도 호기심에 금기를 어기는 일이 생기기도 했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기이하지만 어쩐지 궁금하기도 하고, 또 그런 게 어디 있냐며 믿지 않는 척을 하기도 할 것 같습니다.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즐거운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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